Mintaka's log
코로나에 걸렸다 + 개발자란 뭘까... 본문
거지같은 코로나...
코로나에 걸렸다.... 7일 필수 격리에서 올해 6월부터는 5일 격리 권고로 바뀌었다더니, 코로나 걸리자마자 죄다 연차로 까먹어야만 했다. 내 연차! ㅠㅜㅜㅜ 내 쥐꼬리만하고 작고 소중한 연차가 사라졌다. 여름휴가도 안가고 나중에 고이 모아 쓰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ㅜㅜㅜㅜㅜ
대강의 코로나 후기는 이렇다.
양성판정 (-2일)
목이 조금 따끔거림. 조금 어지러운 것도 같은데.... 착각인 것 같기도. 그런데 주말에 왔다간 친척이 코로나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양성판정(-1일)
그냥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무거운 짐을 들어야만 했고,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있어야만 했기 때문에 그래서 몸이 굳은거라고 생각했다. 조금씩 이상함을 느낀건 오후부터.
앉아있는데 관절이 아팠다. 나는 다소 아픔에 둔감한 편이기 때문에 스스로 열이 오르는 것도 잘 모르는 편인데, 가끔 화장실에 가서 이마를 만져보면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는 온도였다.
그래도 출근을 했고 퇴근시간은 다가오니 오늘은 마무리하자고 생각했다. 다만... 문제는 퇴근이었다.
퇴근시간 1시간 40분. 내내 서서 이동.
지하철을 탔을 때는 괜찮았는데 서서히 다리의 근육이며 무릎, 골반, 어깨가 전부 아프기 시작했다. 열도 갑자기 치솟는 것 같았고 도저히 서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벽에 기대어 간신히 가고 있지만 문제는 그 때가 퇴근시간이었다는것. 몸은 아프지, 사람들한테 치이지, 서있기도 힘들지, 아직 도착하려면 한참 멀었지...
가끔씩 서러워서 눈물이 나려다가도 힘들어서 말라버렸다. 역에 도착할때마다 여기서 내려 택시를 타는게 더 힘들까 이러고 가는게 힘들까 계속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버티는 것만으로도 고역이었다.
마침내! 마지막 지하철역에 도착해서는 딱 100걸음만 걷자, 그런 마음으로 고개 숙이고 걸었다.
누워있는 것도 아팠고, 앉아있는 것도 아팠다. 밥먹고 약먹고 그렇게 끙끙거리다가 간이키트를 했고,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굳이 15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되었다....
아무튼 종합감기약을 먹었더니 그래도 좀 살 것 같아서 잘 수 있었다. 그래도 체온은 38~39도 쯤.
양성판정 - 코로나 첫째 날
아침 일찍 가서 코로나 검사를 했다. 한 번은 결과가 안나왔다고 하시면서 코를 두번을 찔렀다.(.....)
약을 타왔고, 약을 먹자마자 계속 잤다. 직장에 간신히 연락하고, 아침 먹고 잠, 점심 먹고 잠, 저녁 먹고 잠...
그랬는데 밤에도 잠이 오더라. 가끔 잠에서 깰 때마다 체온을 쟀는데 그래도 조금 떨어져서 37~38도.
코로나 둘째 날
이 날도 마찬가지다. 약먹고 자고.... 깨어있는게 힘들었다. 어제까지는 목이 괜찮았는데 슬슬 맛이 가고 있었다.
코로나 셋째 날
직장을 갈까말까 고민했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걸 깨닫곤 빠르게 포기했다.
목이 찢어질 것 같았다.(흔히 코로나 증상이라고 말하는게 나는 이때서야 나타났다.) 두통도 여전했고, 그래도 체온은 거의 떨어져서 36~37도 정도 되었다. 안 자고 버텨보려 했지만 절반 정도만 성공했다.
코로나 넷째 날
여전히 목은 아팠고, 가끔 목소리가 안나왔지만 깨어있을만은 했다. 재채기, 기침이라는 증상이 새로 나타났다. 그래도 이제 조금 살만은 해서 제자리걷기를 좀 했다. 이쯤이면 나았겠지...? 하는 마음을 담아 다시 간이키트를 해보았지만 어림없지. 곧장 두 줄!
코로나 다섯째 날
오늘..! 목은 거의 아프지 않다. 목이 가끔 잠기지만 그정도면 ok. 기침은 여전히 한다. 머리가 조금 아픈 것도 같다. 미묘하게 어지러운 듯도 한데..... 이 증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주말에 다시 병원을 갈 예정.
조금 있다가 저녁에 다시 간이 키트를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출근하기 싫은 직장인이 되었다....
조금 뜬금없지만 이렇게 강제로 쉬게되면서 개발자라는게 대체 뭔지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마냥 뜬금없었던 것은 아니고, 시시때때로 동기가 지금 우리는 개발자도 아니고 어쩌고~ 했기 때문에 그때는 생각하기 싫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던 것에 대해 슬슬 위기감을 느끼게 된 탓이랄까.
지금 딱, 프로젝트 하나가 끝이 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간 참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아마 이게 더 적합한 이유겠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 개발자라는건 뭘까.... 생각하다가, 굳이 여기서부터 시작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왜 개발자라는 것을 시작했는가, 라는 것이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개발자에 대한 정의도 이루어질테니까.
그래서 물음 일 번.
왜 개발자가 되고 싶었나?
아마 분명 재미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왜냐면, 나는 게임하는게 재밌어도 단 한 번도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던 적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게임과 프로그래밍은 뭐가 다른걸까. 왜 나는 프로게이머는 되고 싶지 않았지만 개발자는 되어도 괜찮았을까?
음....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프로게이머보다는 더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사람도 개발자래, 저 사람도 개발자래. 그럼 나도 개발자는 할 수 있겠다. 이런 무책임한 마음. (머쓱)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어정쩡한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거라면 현재의 고민도 없어야만 한다. 왜냐면, 어쨌든 나는 '개발자'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취직에 성공했으니까.
그런데 나는 고민을 하고, 또다시 무언가가 되려고 한다. 왜지? 나는 그냥 취직에 성공한 개발자면 족한게 아니었나?
그래서 물음 이 번.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이런 물음... 너무 싫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랬다. 나는 내게 소중한 것은 입 밖으로 내어놓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라 더더욱.
하지만 세상의 대다수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오히려 입 밖으로 내어놓아야 한다는 사람이 절대 다수고, 그래야만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아주 많고, 나 같이 힘없고 자기주장 약한 쫄보 인간은 넵넵, 그러면서 내장을 토해내는 기분으로 뭐라도 말을 지껄이지 않으면 안되는 곳까지 몰리기 마련이라.
그래서 나는 몇 번이고 이러한 질문을 마주쳐야만 했지만 그 때 마다 어떻게든 잘 넘겼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내 문제점을 찾기 위함인데 둘러대는 답을 해봐야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흠...
글러먹은 어른으로 자라나버리긴 했지만, 우습게도.
나는 열심히 하는 사람을 동경한다.
그리고, 내 모든 시간을 쏟아 온전히 뭔가를 성취해 내는 것 역시 좋아한다.
현재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를 변명이랍시고 주워삼겨보면, 일단 내가 성격이 더럽다는 걸 첫번째로 들 수 있겠다.
무슨 상관이냐고?
하나에 열정을 쏟기 시작하면 사람이 날카로워지고, 공격적으로 변하곤 하는데 나는 그런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더 좁은 시야가 더 좁아지고 포용력도 낮아진다. 성격도 급해진다.
그럼. 열심히 하지도 못하면서 대체 왜 개발자가 되겠다고 그 모든 것들을 버려둔채 시작했을까?
어.... 아마 멋있어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어른이 된지는 오래되었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저리부딪히고 하며 살고 있는데, 개발자라는 직업은 뭐든 '명확해 보이는' 직업이었다.
책임이 명확해보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명확히 아는 것처럼 보였다. 또 거기에 현재는 할 수 없지만 앞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에 대해 나아가고자 노력해서 인사이트를 늘리고 결국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늘려나가는 일.
이쯤되면 분명하다.
나는 +내가 아는 것이 분명하고 +더 발전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거다.
...굉장히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그리고 멋도 없다.
다른 이력서들 보면 사람과의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코드를 짜는 개발자가 되고싶다거나, 한 줄을 짜더라도 더 효과적인 코드를 짜려 노력하는 개발자가 되고싶다거나,,,, 뭐 그렇다던데.
나는 뭐 이렇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이게 나라는데 뭐 어쩌겠어.
그래서 어쩌시겠다구요?
어쩌겠나. 나는 그런 개발자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되고싶다.
그러니 직장에 대강 적응하고 나서부터 또다시 자존감이 바닥을 찍고 있는 이유는 저탓일거다.
내가 발전이 없어서.
그렇다면 발전을 해야지.
알고리즘 -> 다시 시작해야한다. 취직 전까지만 했던 탓에 아마 다 잊어버렸을텐데... 하루에 하나씩만 꾸준히 하도록 하자.
CS -> 강의를 듣자. 언제까지나 비전공자로 살 수는 없잖아.
JAVA -> 이것도... 강의를 듣고싶은데. 기초가 부족하다는걸 느끼고 있다.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테스트코드 작성, 디버깅... 이런것도 잘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을 정해두자. 그럼 또 오늘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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